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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성의 첫 장편소설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의 인생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파리 시테섬의 유서 깊은 저택이 헐값에 나왔다는 소식에 그가 그 집을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곳에서 그는 평범한 부동산 거래 이상의 비밀스러운 운명에 휘말리게 된다. 집 주인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한 뤼미에르는, 건물에 얽힌 깊은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건축가적 호기심과 맞닥뜨리게 된다.
병원 건물은 단순히 유리와 철골로 지어진 현대 건축물이 아닌, 시간이 녹아들어 사람의 기억과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이다. 뤼미에르는 의문의 편지를 단서로 건물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자신의 지식과 감각을 동원해 숨겨진 역사와 비밀을 찾아간다. 그의 추적은 중세 수도원, 고택, 종탑과 비밀 도서관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며, 건축을 통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사랑과 기억을 발견하는 감동적인 여정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닌, 건축이라는 예술적 배경 위에 사랑과 기억, 그리고 시간을 새겨 넣은 독창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빛과 어둠, 공간과 시간이 서로 얽히는 이 소설은 건축가 백희성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건축 팩션’으로, 독자들에게 건축과 예술의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게 한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는 보이지 않는 재료로 지어진 집처럼, 보이지 않는 사랑과 기억의 힘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