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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글은 카프카가 그의 창작 활동이 절정에 달해 있던 때 아버지를 상대로 쓴, 그러나 결코 보낸 적은 없는 한 통의 편지이다. 한 통의 편지로 읽기에는 글의 분량이 너무 방대해 편지글 형식의 새로운 문학적 시도로 볼 수 있는 이 글은 그 어느 글에서보다 풍부한 자전적 내용을 담아 포괄적이고 상세하게 자신의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카프카 자신의 삶에 있어서 아버지는 그에게 모든 사물의 척도였으며 가부장적 세계 질서의 대변자였다.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와의 지배-종속 관계 속에서 그는 아버지의 체제에 대한 저항을 은밀히 모색하는 한편 그로부터의 탈출을 꿈꾸었다.
카프카는 "저의 모든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해서 씌어졌습니다. 글 속에서 저는 평소에 직접 아버지의 가슴에다 대고 토로할 수 없는 것만을 토로해댔지요" 라고 이 편지에서 밝히고 있는데 카프카와 그의 아버지 사이의 독특한 관계는 난해한 카프카 문학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그 자신이 아버지가 되는 '결혼'의 길을 꿈꾸지만 결혼에 대해 환상을 품는 동시에 잠복해 있을 위험 요소들을 미리 감지해 겁을 먹고서 세 번에 걸친 결혼 시도를 실패로 끝낸다.
창백하고 메마른 얼굴, 그 안에서 커다랗게 앞을 응시하고 있는 고독하고 몽상적인 눈빛의 소유자로 그로테스크하고 신비한 문학 세계를 추구했던 카프카. 세계에 대해 적대적 관계를 가지고, 고립되어 출구 없는 절망적 상황에 처한 개인의 모습을 주로 그렸던 실존주의 작가 카프카.
카프카 문학의 중요 원천으로 그가 평생을 두고 극복하고자 한 상처인 동시에 그의 정신 세계를 끊임없이 지배했던 아버지에 대한 카프카 자신의 생생한 고백과 증언을 전하고 있는 이 편지글을 통해 카프카의 진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 (Frantz Kafka) (지은이)
1883년 7월 3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한 보헤미아 왕국(지금의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독일계 인문 중고등학교인 김나지움에서 교육받았다. 1901년 프라하의 독일계 대학인 카를 페르디난트대학교에 입학해 화학을 공부하다 법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한때 독문학에 관심을 두고 독문학을 전공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 무렵 평생의 벗 막스 브로트를 만나 교우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더욱 키워갔지만 결국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법학 공부를 이어가 1906년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년간 법원에서 법률 시보로 실습하고 보험회사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부터 문학 창작에 뜻을 두고 단편소설과 산문을 집필해왔으나 고된 회사 업무로 글을 쓸 여력이 없을 정도가 되자 1908년 ‘보헤미아왕국 노동자재해보험공사’로 직장을 옮기고, 14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쓰기에 열중했다. 1917년 폐결핵 진단을 받은 후에도 계속 작품을 집필했으며 1922년 병의 증세가 악화해 직장에서 퇴직한 후 1924년 6월 3일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요양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카프카는 숨을 거두기 전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유고를 모두 불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브로트는 카프카의 많은 작품과 일기, 편지 등을 편집, 출판해 카프카의 삶과 문학 세계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주요 작품으로 〈변신〉 〈시골 의사〉 〈단식 광대〉 등 중단편과 장편 《실종자》 《소송》 《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