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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신작 영원한 천국을 읽고 난 후,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그녀의 독보적인 서사와 몰입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소설을 펼치는 순간, 나는 ‘정유정 월드’에 초대되었고, 그녀가 빚어낸 복잡한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인간의 가장 깊숙한 욕망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정유정의 욕망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다. 전작 완전한 행복에서 시작된 인간의 욕망에 대한 탐구가 이번에는 더욱 깊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무엇이든 쉽게 성취할 수 있는 시대, 우리는 과연 끝없는 욕망의 끝에서 무엇을 바라게 될까? 이 소설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거대한 블록버스터 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특히 인물 ‘해상’은 타인의 욕망을 구현하는 스토리텔러이자 기술자로서 독특한 위치에 서 있다. 그가 롤라라는 가상 세계에서 만나게 되는 ‘경주’와의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 그리고 구원의 서사로 이어진다. 경주의 삶은 비참하고 고통스럽지만, 그는 자신의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키기 위해 롤라의 세계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곳에서조차 욕망은 끝나지 않고, 인간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더 갈구하게 된다. 이처럼 소설은 욕망이 충족된 이후의 세계를 섬세하게 탐구하며, 그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소설의 한 축을 이루는 유빙으로 둘러싸인 세상은 마치 우리의 차가운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인물들이 욕망을 좇아 싸우고 도망치며, 그 과정에서 서로를 겨누는 모습은 겨울바람처럼 날카롭고 서늘하다. 정유정은 그들의 갈등과 번뇌를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며 독자를 압도적인 긴장감 속으로 끌어들인다. 동시에 다른 축에서는 롤라라는 가상 현실이 펼쳐지며, 인간의 욕망과 환상의 교차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천국’이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반문한다.
정유정은 이번 작품에서 유빙과 사막이라는 극단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인간 본성의 야성을 탐구한다. 그녀는 직접 홋카이도와 이집트의 극한을 체험하며, 그 경험을 통해 소설에 생생한 현실감을 더했다. 그 덕분에 독자는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마주하는 고통과 갈등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끝없는 욕망과 야성, 그리고 그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정유정은 우리에게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 다시금 묻는다.
영원한 천국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 과학기술, 그리고 그 끝에 남는 본질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욕망을 넘어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독자와 함께 고심하게 만든다.